아페르티보(Apertivo)란?
아페르티보는 제가 이탈리아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화 중 하나로 오후 6시 이후에 간단한 술과 안주를 즐기는 식전주 문화를 뜻합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한국인만큼이나 술을 좋아합니다. 아페르티보는 말 그대로 식사 전에 간단하게 즐기는 술인데 친구들과의 모임 시간을 정해놓고 전부 모이기 전에 서로 이야기를 하며 술을 곁들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스프리츠, 네그로니, 화이트와인(프로세코), 마티니와 같은 도수가 낮은 칵테일을 많이 마시고 다양한 안주를 함께합니다. 저는 이탈리아 친구들과 식전주를 마시다 보면 이미 배가 불러서 본 식사를 하기 어려운 적도 많았습니다. 그만큼 아페르티보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대중적인 문화로 제가 잊지 못하는 이탈리아 라이프입니다.
식전주로 가볍게 몸을 달구고 본 식사를 하면서 주로 레드 와인을 마십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후식과 함께 리몬첼로라는 독주를 마시는데 이탈리아 친구들은 소화를 도와준다며 마지막 입가심으로 권했습니다. 독하지만 레몬맛이 강해서 중국 고량주만큼 마시기 힘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아페르티보 문화 덕분에 이탈리아에서는 짧게는 2시간, 길게는 4시간 저녁식사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식사 내내 술을 마시긴 하지만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꽤 긴 시간 동안 나누어 마시기 때문에 숙취로 고생하는 일은 잘 없었고 식사와 대화를 통해 이탈리아 문화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스프리츠(Spritz)
스프리츠는 이탈리아의 대표 식전주로 어디서나 흔히 마실 수 있는 칵테일입니다. 리큐르와 프로세코, 탄산수 등을 넣어서 만들고 레몬이나 오렌지를 가니쉬로 넣어 마무리합니다. 대표적인 종류는 아페롤을 넣은 아페롤 스프리츠, 캄파리를 넣은 캄파리 스프리츠가 있는데 아페롤이 달달한 맛이라면 캄파리는 쓴맛이 가미되어 있어 취향대로 마시기에 좋습니다.
아페롤 스프리츠가 병에 담긴 상품이 나올 정도로 이탈리아에서 대중적인 칵테일이며, 이제는 한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아페롤은 국내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집에서 만들어 마시기도 편합니다.
스프리츠 레시피 : 프로세코 - 3oz(90ml) + 아페롤 2oz(60ml) + 탄산수
레몬이나 오렌지를 저며 넣어도 되고 껍질만 넣어 향을 가미해도 좋습니다.
스프리츠는 꼭 정해진 레시피를 따를 필요 없고 개인 기호에 맞게 마시면 되지만 프로세코(스파클링 화이트 와인)가 베이스가 되는 칵테일이기 때문에 어떤 프로세코를 쓰냐에 따라 스프리츠의 퀄리티가 상당이 차이가 납니다. 식전주로 스프리츠 대신에 프로세코만 마시기도 하는데 레드와인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가볍게 마시기 딱 좋은 화이트 와인입니다.
이제 한국에서는 아페롤을 구하는 것보다 좋은 프로세코를 찾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대형마트를 가더라도 1 ~ 2 종류의 프로세코만 팔기 때문에 선택권이 많이 없어 저는 코스트코에서 파는 커클랜드 프로세코를 자주 애용합니다. 가격은 8천 원대로 저렴한데 맛도 나쁘지 않아 추천할 만합니다.
해피아워(Happy Hour)
이탈리아의 일부 레스토랑이나 바에서는 오후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해피 아워를 진행합니다. 맥주나 와인 등의 주류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시간에 아페르티보를 즐깁니다. 해피아워로 가장 유명한 곳은 밀라노의 나빌리아 운하(Navilglio Grande)입니다. 운하를 끼고 많은 레스토랑들이 해피 아워를 진행하고 야외석이 있기 때문에 노천카페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특히 4월 ~ 10월까지는 날씨가 따뜻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인파가 모여듭니다. 제가 생각하는 밀라노의 가장 핫플레이스로 관광을 즐기는 사람보다 이탈리아 현지 사람들로 붐비기 때문에 현지 분위기를 느끼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됩니다. 나빌리오 운하는 낮보다 밤풍경이 더욱 로맨틱합니다. 특정 가게를 미리 정하기 보다 운하를 따라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즉흥적으로 들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맛집 실패를 무서워하지 말고 혹시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추억이라 생각한다면 더욱 기억에 남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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